본문 바로가기
주일설교-링크 클릭하면 재생됩니다

존재에서 삶으로- 진리의 신학적 순환에 관하여

by 영동장로교회 2025. 11. 23.

2025. 11. 23. 영동장로교회 최규만목사

 

 

“존재에서 삶으로- 진리의 신학적 순환에 관하여“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고대 이래 인간이 끊임없이 붙잡아 온 철학적 질문이다. 예수를 심문하던 빌라도 역시 이 물음을 던졌다.”진리가 무엇이냐“고. 그러나 신앙의 지평에서 말하는 진리는 단순한 지적 탐구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앙에서의 진리는 개념을 규명하는 사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시 가운데 드러내 보이시는 실재이며, 그분과의 관계 속에서 응답해야 할 삶의 요청이기 때문이다.

(요18:38) 빌라도가 가로되 진리가 무엇이냐 하더라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대인들에게 나가서 이르되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

 

진리는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실재이며, 그분의 존재 방식과 일치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진리를 사유함으로써 결국은 진리를 믿고, 살아내며, 따라야 하는 존재로 부름받았다. 이 사실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이 없이는 우리의 믿음은 허상이 되고 만다.

(요 14:6)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시 31:5)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진리의 하나님 여호와여 나를 구속하셨나이다

(요 17:17)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

 

예수께서 “나는 진리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진리가 어떤 개념이나 규범이 아니라 한 인격 안에 현현된 실체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진리의 현현이셨고, 이것을 선언하신 말씀이 “나는 진리다”라는 말씀이었다.

(골 1:15)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

 

진리는 곧 하나님이시며, 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역사와 언어 속으로 들어오셨다는 사실이다. 이때 진리는 단순한 선언이나 논리적 명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와 말씀과 삶이 하나로 얽혀 있는 삼중 구조를 가지게 된다.

 

진리의 삼중 구조, 즉 존재로서의 진리, 말씀으로서의 진리, 삶으로서의 진리를 통해 하나님 안에서 진리가 어떻게 드러나고,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체화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먼저 존재로서의 진리를 살필 것이다.

그러면 존재로서의 진리란 과연 무엇일까?

 

이는 하나님의 본질에 속한 참됨을 말한다. 진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의 존재 자체에 내재된 속성이다.

 

하나님은 “스스로 있는 자”이시다. 그러하기에 그는 존재의 원인을 지니지 않으신다. 존재의 원인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절대자뿐이시다. 하나님은 절대자이시기에 그 존재 안에는 그 어떤 결핍도, 왜곡도, 변화도 없다. 하나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으시며, 피조세계의 불완전함에 의존하지도 않으신다.

(출 3:14)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

(말 3:6) 나 여호와는 변역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야곱의 자손들아 너희가 소멸되지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하나님은 ‘원인 없는 원인(無因之因)’이시며, 그 안에는 거짓이나 모순이 있을 수 없다. 여기서 “하나님은 진리이시다”라는 말은 단지 도덕적 진실성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곧 존재론적 선언이다.

(요 3:33) 그의 증거를 받는 이는 하나님을 참되시다 하여 인쳤느니라

 

진리는 하나님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하나님 자체를 진리라 한다. 그러하기에 존재하는 모든 참됨은 하나님의 존재로부터 원인되어 파생하며, 피조세계의 진리는 하나님의 본체에 참여함으로써만 유지될 수 있다.

(고후 3:18)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저와 같은 형상으로 화하여 영광으로 영광에 이르니 곧 주의 영으로 말미암음이니라

(벧후 1:4) 이로써 그 보배롭고 지극히 큰 약속을 우리에게 주사 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너희로 정욕을 인하여 세상에서 썩어질 것을 피하여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자가 되게 하려 하셨으니

 

이처럼 하나님의 존재 안에 있는 ‘참됨’은 인간의 인식으로는 완전히 파악될 수 없는 차원이다. 그것은 초월적이며, 동시에 은혜로만 접근이 가능한 실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진리를 소유할 수 없고, 오직 경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진리를 안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일이며, 자기 중심적 지식의 오만을 내려놓는 일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의 믿음을 반석 위에 굳게 세우는 일임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잠 1:7)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약 4:6)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말씀으로서의 진리란 무엇인가?

 

이는 계시된 진리의 역사를 말함이다. 하나님은 단지 침묵 속에 머무르지 않으셨다. 그분은 말씀하심으로 자신을 드러내셨고, 그 말씀이 곧 계시된 진리가 되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그 말씀이 하나님이시니라”.

이 구절은 진리가 하나님의 존재로부터 흘러나와 언어의 옷을 입고 세상 속에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요 1: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 말씀은 하나님 자신의 임재이자 행동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 여기서 말씀은 곧 창조의 행위이며, 진리는 말씀을 통해 실재가 되었다.

(창 1:3)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렇기에 성경이 말하는 ‘진리의 말씀’은 곧 세상을 질서와 의미로 엮는 하나님의 지속적 언어였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 말씀의 완전한 현현이셨다. 그분 안에서 하나님의 진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간의 언어와 육체 안에 거하셨다.

 

그분의 말씀은 단지 교훈이 아니라 계시 그 자체였으며, 하나님의 마음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된 형태였다. 따라서 진리는 성경의 문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문자를 통해 살아계신 인격의 말씀으로 우리를 부르고 계셨다.

 

그래서 말씀의 진리는 우리에게 응답을 요구하고 있음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면, 모름지기 인간은 듣고, 순종하고, 믿음으로 반응해야만 할 것이다. 말씀이 선포될 때, 진리는 단지 ‘들리는 음성’이 아니라, 관계의 사건이 된다. 그 사건 안에서 진리는 하나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로 기능한다.

 

오늘 우리는 과연 이 진리이신 말씀의 부르심에 대해 참되게 응답하고 있는가?

 

그러면 삶으로서의 진리란 또 무엇인가?

 

이는 따름으로써 완성되는 진리를 말함이다.

진리가 존재로부터 말씀으로, 그리고 말씀으로부터 삶으로 흘러올 때, 그것은 비로소 완전한 순환을 이룬다.

 

예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말씀은, 진리가 단지 깨달음의 영역이 아니라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보여준다.

 

그분은 진리를 ‘가르치신’ 분이 아니라, 진리를 사신 분이셨다. 그분의 삶 전체가 진리의 구현이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 진리를 따라 사는 삶이다.

 

이는 단순히 교리를 외우거나 원리를 지키는 수준을 넘어, 진리가 삶의 방향이 되고 존재의 형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를 안다는 것은 곧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진리를 따른다는 것은, 곧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그 길로 들어가는 일이다.

 

삶으로서의 진리는 세속적 성공이나 합리적 정당성을 초월한다. 그것은 고난과 손실 속에서도 참됨을 포기하지 않는 길이며, 불의한 세상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려는 존재의 태도이다. 그 길에서 진리는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사랑의 행위로 살아 숨 쉬게 된다.

 

결국 우리의 믿음은 진리의 이 삼중 구조 안에서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진리의 삼중 구조는 존재, 말씀, 삶의 세 차원을 통합하여 하나의 신앙 구조를 이룬다.

하나님은 존재로서 진리이시며, 그 존재는 말씀으로 계시되고, 그 말씀은 삶으로 실현된다.

이 세 차원은 분리될 수 없으며, 서로를 통해 완성된다.

 

존재 없는 말씀은 공허하고, 말씀 없는 삶은 방향을 잃는다. 그리고 삶 없는 신앙은 진리를 실제로 증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참된 신앙은 하나님을 존재로 믿고, 말씀으로 듣고, 삶으로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다.

 

그분 안에서 하나님은 존재로 계시되시고, 말씀으로 선포되시며, 삶으로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 그분이 바로 진리의 삼중 구조의 완전한 표본이시며, 진리가 인간 안에서 완성되는 유일한 길이다.

 

진리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진리는 더 이상 철학적 개념이나 교리적 체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역사하는 하나님의 실재 그 자체로 드러난다.

이 은혜가 항상 충만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하노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