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너머 손바닥만큼 일군 돌짝밭에서 한줌 들깨를 얻었습니다.
서울 사는 딸네 집에 보내려고 구렁이처럼 휜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반년 만에 내려가는 길이라 길이 낯설습니다.
읍내에 있는 우체국은 몰라보게 새 단장을 했네요.
현관을 들어서니 정면에는 벽 가득 거울이 보입니다.
거울 속에 웬 늙은이 하나가 나를 향해 걸어옵니다.
내 나이 60이 될 때까지 험한 세월을 딸아이 하나 키우면서 살았으니,
나도 영락없는 늙은이가 되었겠지요.
하지만, 거울 속의 저 늙은이는 나보다 더 험한 세월은 보낸 것 같네요.
굽은 허리에 꼬질꼬질한 몰골이 나처럼 영락없는 홀애비 모양이네요.
어디 사는 늙은이인지 물어보고 동무나 삼아볼까요?
2024. 7. 12
강릉 가는 길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