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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실/글 모음

애비

by 영동장로교회 2024. 7. 12.

재 너머 손바닥만큼 일군 돌짝밭에서 한줌 들깨를 얻었습니다.

서울 사는 딸네 집에 보내려고 구렁이처럼 휜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반년 만에 내려가는 길이라 길이 낯설습니다.

 

읍내에 있는 우체국은 몰라보게 새 단장을 했네요.

현관을 들어서니 정면에는 벽 가득 거울이 보입니다.

 

거울 속에 웬 늙은이 하나가 나를 향해 걸어옵니다.

 

내 나이 60이 될 때까지 험한 세월을 딸아이 하나 키우면서 살았으니,

나도 영락없는 늙은이가 되었겠지요.

 

하지만, 거울 속의 저 늙은이는 나보다 더 험한 세월은 보낸 것 같네요.

굽은 허리에 꼬질꼬질한 몰골이 나처럼 영락없는 홀애비 모양이네요.

 

어디 사는 늙은이인지 물어보고 동무나 삼아볼까요?

 

2024. 7. 12

강릉 가는 길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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