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럽고 고된 삶이 빗물 되어 녹아내리던 날 새벽에
엄마는 멀고먼 길을 떠났다.
자식들 먹이려고 늙어 가늘어진 여린 어깨 위로 등짐을 매고 오던 날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이후로 엄마의 키는 한 뼘이나 줄어들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등짐 아래로 몰려왔지만
자식, 손자들이 좋아할 것을 생각하며 오는
그 기쁨이 진통제가 되었다.
평생 지고 산 짐의 무게가 힘겨웠을 엄마를
마지막 순간 못난 자식들은 뜨거운 불 속으로 배웅했다.
어둡던 하늘이 엄마의 서러운 눈물처럼 굵은 빗방울을 뿌렸다.
불 속을 걸어 나올 엄마를 차마 볼 용기가 없어
돌아서서 오는 길을
색동옷 입은 엄마 같은 무지개가
"괜찮다, 나는 괜찮다!" 말하듯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노을 붉게 물든 서쪽 하늘 구름 사이로
엄마의 미소 같은 햇살이 비춰왔다.
햇살이 멀어져가며 말했다.
"고맙데이,
내 간다
잘 있어라!"
2011. 11. 11. 금요일
엄마를 마음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나의 장모님이시다. 결혼한 후에 장모님은 우리 가족과 오랫동안 함께 살았다.
평생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헌신한 삶을 사셨다.
그래서 무덤을 만들고 보고싶을 때마다 찾아가고 싶었던 것이 내 소망이었다.
그러나 내 바램은 처참히 무너졌다.
무정한 처남들은 끝내 엄마를 화장하는 그 길을 선택했다.
엄마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서러웠다)